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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주받은 나라 2부 - 10 2부、 그녀는 그곳에 있었다 병사들은 공격 주문이라도 외우는가 싶어 달려들며 리나를 붙잡으려 했지만 주문의 완성이 조금 더 빨랐다. “어이 너!” “―리커버리!! 크로펠 씨, 괜찮아요?! 지금 치유 마법을 걸었으니 금방 괜찮아질 거에요, 조금만 참아요!” “응? 뭐냐, 너희들이 이런 것이 아냐?” 리나의 행동에 병사들이 의아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도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어쨌든 집무실에서 벌어진 난동과 관계가 있는 것은 분명했다. 병사들이 다시 리나를 구속하려 하자 크로펠이 천천히 몸을 일으켜 앉으며 손을 들어 이들을 제지했다. “괜찮네, 놓아주게. 난 멀쩡하니 리나 군도 너무 걱정하지 말고.” “괜찮긴요, 겉보기엔 이래도 내상을 입었을 거라구요! 이봐요, 성 안에 마법의는 없어요?” “괜찮다니.. 2012. 9. 21.
저주받은 나라 2부 - 09 2부、 그녀는 그곳에 있었다 “이건……?” 익숙한 드레스를 입은 흑발의 소녀는 바닥에 쓰러진 채 움직이지 않았다. 짧은 머리칼이 아무렇게나 엉겨붙어 바닥 위로 흐트러졌다. 그리고 무수한 생채기가 남은 잿빛 피부.처참한 몰골의 소녀— 아멜리아를 보며 가우리가 탄식했다. 가우리가 떨리는 손을 아멜리아에게로 뻗었다. 그 손 끝이 어깨에 닿자 아멜리아가 감고 있던 눈을 천천히 떴다. “으음. 가우리 오빠……?” “응 그래, 우리야. 괜찮니 아멜리아?” 아멜리아는 아직 몽롱한 듯 눈을 깜빡거리더니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깔끔했을 집무실은 온갖 집기들이 부서져 있었고 여기저기 찢겨진 흔적들이 가득했다. 그리고 이 곳에 있는 사람은 어딘가 지쳐보이는 리나와 가우리 뿐. 아멜리아가 빙그레 웃었다. “아, 그런가요. 절 .. 2012. 9. 21.
저주받은 나라 2부 - 08 2부、 그녀는 그곳에 있었다 그 말을 끝으로 더 이상의 대화는 없었다. 키르샤는 알 수 없는 웃음만을 지으며 침묵으로 일관했고 그녀에게서 풍겨오는 독기는 점점 짙어져갔다. 금방이라도 덮쳐들 것만 같은 살기에 리나는 이를 가는 듯한 신음을 흘리며 키르샤와 거리를 벌렸다. 키르샤를 붙잡고 멱살이라도 흔들고 싶었지만 그보다는 주문을 외워야만 했다. 하고 싶은 말도 물어야 할 것도 많았다. 그러나 원하는 바를 듣기 위해선 싸우고, 또 이겨야만 한다. ―아멜리아의 형상을 한 자에게. “하앗!” 가우리가 다시 한 번 지면을 박찼다. 동시에 키르샤가 손을 한번 흔들자 검고 얇은 검이 그녀의 가슴 높이에 생겨났다. 키르샤가 검을 낚아채듯 쥐었을 때, 브러스트 소드의 날카로운 검 끝은 이미 눈앞에 다가와 있었다. ‘챙-.. 2012. 9. 21.
저주받은 나라 2부 - 07 2부、 그녀는 그곳에 있었다 “……뭐에요, 가우리 오빠! 농담이 지나치잖아요~. 아하, 제가 언니 오빠들마저 집무실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해서 화가 나신 거죠?” “그, 그래. 그것도 있지만…….” “두 분이 오신 것을 알았다면 진작 문을 열어드렸을 텐데 미처 몰랐어요, 미안해요. 안쪽에 연결된 비밀통로가 있어서 그 쪽으로 나가 잠시 바람을 쐬고 왔었거든요.” “그래? 그렇다면 다행인……데.” 아멜리아의 살가운 대꾸에 가우리는 잠시 주춤했다. 그저 여러 힘든 일들에 지쳐있을 뿐인 이 아이를 더 괴롭히는 것은 아닐까? 아멜리아가 평소와 같이 활짝 웃으며 종알거리자 남아있던 망설임들이 가우리를 더욱 흔들어댔다. 그러나 리나의 미음은 점차 싸늘하게 식어 들어갔다. 사실 가우리가 말을 꺼내는 그 순간까지 자신.. 2012. 9. 21.
저주받은 나라 2부 - 06 2부、 그녀는 그곳에 있었다 실없는 안부 인사를 마쳤을 즈음 창밖이 조금씩 밝아지기 시작했다. 길었던 그믐밤이 지나고 해가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붉은 그림자를 드리운 하늘을 보자 리나는 쌓였던 피로가 밀려오는지 크게 기지개를 켰다. “아함~ 결국 밤을 새고 말았네. 나도 이제 나이가 들은 건가, 조금 힘이 드는걸.” “긴장이 풀려서인지 나도 영 피곤하다. 이만 방으로 돌아갈까, 리나?” “응, 그럼 이따가 보자고, 아멜리아. 언제쯤 되면 한가해? 업무가 밀려서 얼굴도 못 보는 건 아니겠지?” 가우리도 리나의 졸음이 전염된 것인지 눈을 비볐다. 둘은 번갈아 하품을 하며 아멜리아의 대답을 기다렸다. 그러나 아멜리아는 무언가를 망설이는 듯 대답을 바로 내놓지 않았다. “왜 그래, 아멜리아. 정말 바빠서 못볼.. 2012. 9. 21.
저주받은 나라 2부 - 05 2부、 그녀는 그곳에 있었다 연락이 온 것은 동이 틀 무렵이었다. 뜬 눈으로 밤을 보냈던 리나와 가우리는 연락을 받자마자 집무실로 뛰어갔다. “아멜리아?!” 집무실은 여러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탓에 텅 비어있던 몇 시간 전과는 매우 대조적이었다. 아멜리아는 파자마 풍의 품이 넉넉한 드레스를 입고 집무실 안쪽의 쇼파에 앉아있었고, 그런 그녀를 중년의 관리 십수 명이 둘러싸듯 서 있었다. 아멜리아는 마침 의사로 보이는 한 명과 대화를 나누던 중이었다. 그러던 중 리나와 가우리가 상당히 호들갑스런 소리를 내며 집무실로 들이닥친 통에 그들의 대화는 잠시 중단되고야 말았다. “아멜……!” “그래서요. 또 궁금한 게 뭐죠? 소화는 아주 잘 되고 있고 속도 불편하지 않아요.” 그러나 아멜리아는 두 사람을 흘긋 바라보기.. 2012. 9. 21.
[가우리나] 가보 (2004?) “가우리, 그 검 나 줘!!” 언제나, 같은 말로 시작되는 싸움. “뭐어? 이건 우리 집 대대로 내려오는 가보라고. 아무리 네가 돈을 산더미로 준다고 해도 팔 수 없어!” 나 역시 언제나와 같은 말로 응수를 한다. 몇 번을 졸라대도 할머니께서 주신 이 검은 누구에게도 줄 수 없어! 내가 이렇게 말하면 리나는 언제나 생떼를 쓰며 나에게 매달리곤 한다. “그럼 우리 집에서 대대로 가보로 삼을 테니까 공짜로 줘! 그럼 되지? 응, 응?” 난 사실 나에게 매달리는 리나의 이런 모습이 재미있어서 늘 같은 말로 말다툼을 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초롱초롱 두 눈을 빛내며 나를 빤히 쳐다보는 그 모습이 정말로 귀엽거든, 꼬마아가씨. 그런데- 한 가지 해결책이 있던 것이다. 그걸 이제야 깨닫다니 난 바보인가봐. 하나의 가.. 2012. 9. 19.
[제로스&제라스] 티타임(2004?) 댕, 댕, 대앵- 오후 세시, 티타임을 알리는 시계는 무심하게도 커다란 종을 댕댕 울립니다. 아니, 오늘따라 종소리가 무심하게 들리는 것은 오늘이 특별한 날이기 때문이겠지요. 평소 같았으면 느긋하게 앞치마를 입고 찬장에서 차 잎이 든 병을 꺼내고 있겠지만 일주일에 한 번씩 찾아오는 이 날은 좀 다르거든요. 제라스 님께선 인간세계를 무척이나 좋아하십니다. 오죽하면 제라스 님의 장군이 없는 것은 ‘강마전쟁 때에 인간세계를 멸망시키지 못하도록 최소한의 힘만을 빌려주기 위해서’라는 근거가 다분한 소문마저 돌 정도이지요. 어디에선가 잔뜩 모아오시는 차(물론 심부름은 저의 몫입니다)를 찬장 가득 장식해 두고는 매일매일 색다른 맛의 차를 드시는 것이 최근 72년간의 취미이십니다. 게다가 욕심이 많으셔서 차뿐만이 아니.. 2012. 9. 19.
[가우리나] 어느 숲 길(2006) 둘만의 여행이 계속된 지도 어언 3년이 다 되어 간다. 처음 여행의 목적이 되었던 ‘빛의 검’은 본래의 주인에게로 돌아갔고, 그 후로 쓸만한 마력검을 찾아내었으니 두 번째의 목적도 끝이 나 버렸다. 새로운 목적을 정하지 못한 채 결계 밖까지 이어진 걸음은, 그저 앞을 향하기만 하였다. 새로운 길, 새로운 사람. 그럼에도 때로는 무언가를 찾고 때로는 그리운 사람을 만날 수 있었다. 놀라기보다는 당연히 여기며 둘은 발길이 닿는 모든 곳을 훑었고, 지금은 그리워진 대륙 안의 음식 맛을 찾아 옛 여행길을 다시 밟아가는 중이었다. 이제 다음 목적지인 아틀라스 시티까지, 앞으로 십 일. “……흐응?” 마치 언젠가도 이와 같은 날짜를 헤아렸던 것 같은 기시감이 일었다. 리나는 앞을 향하던 눈을 들어 좌우를 두리번 거.. 2012. 9. 19.
[가우리나] Under the Eyelid(2012) 보호되어 있는 글 입니다. 2012. 9. 19.
[제로리나] 가을비(2005) 「가능하면 두 번 다시 만나지 않길 바랍니다, 리나 님. 만일 그런 일이 있다고 하면 그때의 전 아마도 수왕님의 부하 수신관으로서 움직이고 있을 테니까요.」 이런 것을 바란 게 아니었다. 그녀석이라면 시답잖은 웃음을 지으며 언제까지나 우리의 여행길에 기웃거릴 것이라 생각했다. 아니, 떠나야만 한다면 한번쯤은 뒤돌아봐 줄 거라고, 아주 작은 망설임 정도는 보여줄 것이라고 생각했다. 우리와 함께 있던 시간은 그에게 있어서도 특별한 것이었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내게서 등을 돌린 그의 뒷모습은 아무것도 보여주지 않는다. 차라리 내가 그의 ‘볼 일’이 되어줄 수 있다면! 적어도 그의 심연을 거스를 만한 존재였다면 부질없는 짓일지라도 주문을 외워 그의 발길을 막아볼 텐데. 목적했던 명령의 수행이 끝난 지금, 나에.. 2012. 9. 19.
저주받은 나라 2부 - 04 2부、 그녀는 그곳에 있었다 왕성은 발칵 뒤집어졌다. 왕녀의 명령으로 굳게 닫혀 있던 집무실의 안쪽에서 웬 이방인이 둘이나 뛰어나온 것이다. 또한 그들이 전한 소식으로 인해 이번에는 세일룬 시티 전체가 들썩거리게 되었다. 가장 먼저 달려온 것은 왕성 안에 남아 있던 크로펠이었다. 크로펠은 당연히 리나와 가우리로 인해 무언가 소동이 일어날 것을 예상하고 있었기에, 어떠한 결과에든 대응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왕녀의 실종이란 사태는 짐작조차 하지 못한 것인지 그의 얼굴은 하루 새에 몇 년은 늙은 것처럼 초췌해져 있었다. 뒤이어 연락을 받은 고관 몇이 집무실로 달려 들어왔고, 조사를 위해 병사들까지 들이닥친 통에 집무실 안은 금세 수십 명의 사람들로 가득 차게 되었다. 그러나 그.. 2012. 9.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