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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나제르2

[제르리나] 폭풍전夜 - 첫 번째 (2011) 사일라그, D-15。 하루가 지나면, 너는 울고 있을까. 오늘이 지나면, 너는 웃고 있을까. 저주받은 골짜기. 붉은 사내와 검은 아이와의 만남. 그리고, 여행이 다시 시작된 지 5일째가 되었다. 정신없이 그릇들을 비워대는 아침도, 조금은 느긋하게 지나가는 오후의 숲길도, 습격자에 대한 긴장도, 불꽃의 폭음과 함께 졸음을 깨치는 산적들의 몸부림도- 여느 때와 다름없다. 단 하나 걸리는 것이 있다면 익숙한 길을 안개가 잔뜩 낀 새벽녘에 걷는 것과도 같은 아주 작은 찝찝함이 있는 것뿐이다. 그러나 어쩔 수 없겠지. 그마저도 여행길의 동료 삼아 지금은 걸어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해가 저물어가기 시작했지만 마을에 도달하려면 작은 산 하나를 더 넘어야 했다. 두 시간 여이면 충분하지만 랄타크의 습격을 살펴야 하기.. 2012. 9. 18.
[제르리나] 웨이트리스와의 만남 - 리뉴얼 (2012) “좋은 아침.” “아, 그래. 좋은 아침이야, 제르.” 그녀는 환하게 웃으며 나를 올려다보았다. 커튼의 틈새를 통해 밝은 빛이 비집고 들어온다. 갓 잠자리에서 일어난 터라 아침의 햇살은 내게는 눈이 부셨다. 숙소는 2층이었다. 1층의 식당에 있던 그녀는 마침 계단이 있는 곳을 지나던 중이었다. 계단을 사이에 두고 인사를 주고받은 후 천천히 계단을 내려가 본다. 어젯밤 과음을 한 탓인가, 고작 한 층의 계단을 내려가는 것도 조금은 어지러웠다. 계단을 내려오니 그녀는 창가의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비틀거리려 하는 발걸음을 숨기며 그녀의 옆으로 다가가 본다. 그녀는 익숙한 듯 의자를 빼내어 주었다. “고맙군.” “뭘. 웬일로 늦잠이야? 벌써 해가 중천에 떴다고.” “아아, 어제 술을 좀 마셨어.” “술.. 2012. 9.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