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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 O V E L/단편, etc11

[커미션] [제로스&리나] 데자뷰 DEJAVU DÉJÀ VU [Déjà vu: 기시감. already seen] ** Jellypo 님의 커미션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 ** 타 사이트 게재는 피해주세요 ** 문득, 오래된 짤막한 대화가 떠오르는 날이 있다. 그것이 이미 잊어버린 것이든, 혹은— 잊고 싶은 것이었든. 「가능하면 두 번 다시 만나지 않기를 바라지요. 만약 그런 일이 생긴다면 그 때의 저는 아마 그레이터 비스트 님의 부하, 수신관으로 움직이고 있을 테니까요.」 웃기게도 이 말을 먼저 기억 속에서 지운 것은 말을 꺼낸 당사자였다. 그것도 얼빠진 온실 수리공의 모습으로. 리나가 피식 웃음을 흘리며 빛바랜 붉은 머리칼을 손으로 훑었다. 「그럼, 다시 만나지 않기를.」 이 말을 꺼낸 것은 누구였지? ……잊어버렸다, 아니, 잊고 살았다. 굳이 잊.. 2014. 9. 26.
[제르&레조] 사죄 (2013) 헤아릴 수 없을 긴 시간동안 합성수의 몸을 되돌릴 단서를 찾기 위해 곳곳을 돌아다녀왔다. 특히 레조의 실험실에 대해서라면 눈에 불을 켜고 숨겨진 창고까지 찾아다녔다. 그러나 그 모든 실험실들은 레조의 죽음 이후 그가 설치해 두었던 주문으로 한 날 한 시에 불타올랐다. 무력한 나의 두 눈은 이미 하얗게 바래버린 잿더미를 바라보는 것밖에 달리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절망의 그 끝을 걸어가던 중 정말, 정말 우연히도 형체가 남아있는 실험실에 대한 정보를 얻었다. 이 실험실은 내가 인간의 몸이었던 시절에 레조와 찾아왔던 곳이다. 그러나 머물렀던 기간이 극히 짧았던 탓인지 믿기 어렵지만 기억에서 잊혀져 있었다. 어쩌면 레조 또한 이 곳을 잊고 있었던 것일 지도 모르겠다. 그렇지 않고서야 모든 실험실에 마법을 .. 2013. 5. 21.
[제르&레조] 할배를 찾아서(가제(뻥)) (2013) 헤아릴 수 없을 긴 시간동안 합성수의 몸을 되돌릴 단서를 찾기 위해 곳곳을 돌아다녀왔다. 특히 레조의 실험실에 대해서라면 눈에 불을 켜고 숨겨진 창고까지 찾아다녔다. 그러나 그 모든 실험실들은 레조의 죽음 이후 그가 설치해 두었던 주문으로 한 날 한 시에 불타올랐다. 무력한 나의 두 눈은 이미 하얗게 바래버린 잿더미를 바라보는 것밖에 달리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절망의 그 끝을 걸어가던 중 정말, 정말 우연히도 형체가 남아있는 실험실에 대한 정보를 얻었다. 이 실험실은 내가 인간의 몸이었던 시절에 레조와 찾아왔던 곳이다. 그러나 머물렀던 기간이 극히 짧았던 탓인지 믿기 어렵지만 기억에서 잊혀져 있었다. 어쩌면 레조 또한 이 곳을 잊고 있었던 것일 지도 모르겠다. 그렇지 않고서야 모든 실험실에 마법을 .. 2013. 5. 11.
[가우리나] 가보 (2004?) “가우리, 그 검 나 줘!!” 언제나, 같은 말로 시작되는 싸움. “뭐어? 이건 우리 집 대대로 내려오는 가보라고. 아무리 네가 돈을 산더미로 준다고 해도 팔 수 없어!” 나 역시 언제나와 같은 말로 응수를 한다. 몇 번을 졸라대도 할머니께서 주신 이 검은 누구에게도 줄 수 없어! 내가 이렇게 말하면 리나는 언제나 생떼를 쓰며 나에게 매달리곤 한다. “그럼 우리 집에서 대대로 가보로 삼을 테니까 공짜로 줘! 그럼 되지? 응, 응?” 난 사실 나에게 매달리는 리나의 이런 모습이 재미있어서 늘 같은 말로 말다툼을 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초롱초롱 두 눈을 빛내며 나를 빤히 쳐다보는 그 모습이 정말로 귀엽거든, 꼬마아가씨. 그런데- 한 가지 해결책이 있던 것이다. 그걸 이제야 깨닫다니 난 바보인가봐. 하나의 가.. 2012. 9. 19.
[제로스&제라스] 티타임(2004?) 댕, 댕, 대앵- 오후 세시, 티타임을 알리는 시계는 무심하게도 커다란 종을 댕댕 울립니다. 아니, 오늘따라 종소리가 무심하게 들리는 것은 오늘이 특별한 날이기 때문이겠지요. 평소 같았으면 느긋하게 앞치마를 입고 찬장에서 차 잎이 든 병을 꺼내고 있겠지만 일주일에 한 번씩 찾아오는 이 날은 좀 다르거든요. 제라스 님께선 인간세계를 무척이나 좋아하십니다. 오죽하면 제라스 님의 장군이 없는 것은 ‘강마전쟁 때에 인간세계를 멸망시키지 못하도록 최소한의 힘만을 빌려주기 위해서’라는 근거가 다분한 소문마저 돌 정도이지요. 어디에선가 잔뜩 모아오시는 차(물론 심부름은 저의 몫입니다)를 찬장 가득 장식해 두고는 매일매일 색다른 맛의 차를 드시는 것이 최근 72년간의 취미이십니다. 게다가 욕심이 많으셔서 차뿐만이 아니.. 2012. 9. 19.
[가우리나] 어느 숲 길(2006) 둘만의 여행이 계속된 지도 어언 3년이 다 되어 간다. 처음 여행의 목적이 되었던 ‘빛의 검’은 본래의 주인에게로 돌아갔고, 그 후로 쓸만한 마력검을 찾아내었으니 두 번째의 목적도 끝이 나 버렸다. 새로운 목적을 정하지 못한 채 결계 밖까지 이어진 걸음은, 그저 앞을 향하기만 하였다. 새로운 길, 새로운 사람. 그럼에도 때로는 무언가를 찾고 때로는 그리운 사람을 만날 수 있었다. 놀라기보다는 당연히 여기며 둘은 발길이 닿는 모든 곳을 훑었고, 지금은 그리워진 대륙 안의 음식 맛을 찾아 옛 여행길을 다시 밟아가는 중이었다. 이제 다음 목적지인 아틀라스 시티까지, 앞으로 십 일. “……흐응?” 마치 언젠가도 이와 같은 날짜를 헤아렸던 것 같은 기시감이 일었다. 리나는 앞을 향하던 눈을 들어 좌우를 두리번 거.. 2012. 9. 19.
[가우리나] Under the Eyelid(2012) 보호되어 있는 글 입니다. 2012. 9. 19.
[제로리나] 가을비(2005) 「가능하면 두 번 다시 만나지 않길 바랍니다, 리나 님. 만일 그런 일이 있다고 하면 그때의 전 아마도 수왕님의 부하 수신관으로서 움직이고 있을 테니까요.」 이런 것을 바란 게 아니었다. 그녀석이라면 시답잖은 웃음을 지으며 언제까지나 우리의 여행길에 기웃거릴 것이라 생각했다. 아니, 떠나야만 한다면 한번쯤은 뒤돌아봐 줄 거라고, 아주 작은 망설임 정도는 보여줄 것이라고 생각했다. 우리와 함께 있던 시간은 그에게 있어서도 특별한 것이었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내게서 등을 돌린 그의 뒷모습은 아무것도 보여주지 않는다. 차라리 내가 그의 ‘볼 일’이 되어줄 수 있다면! 적어도 그의 심연을 거스를 만한 존재였다면 부질없는 짓일지라도 주문을 외워 그의 발길을 막아볼 텐데. 목적했던 명령의 수행이 끝난 지금, 나에.. 2012. 9. 19.
[리나&제로스] 폭풍전夜 - 두 번째 (2011) 북쪽 신전。 장소는 예배당. 호위는 두 분이면 충분합니다. 비록, 결과가 어떻게 되든……. 예배당으로 이어지는 통로는 생각보다 길었다. 좌우로 늘어선 스테인드글라스로 희미한 달빛이 비치며 괴괴한 그림자가 바닥에 드리워진다. ‘케레스 대신관을 지키기 위해’라는 명분이 있지만, 그에 앞서 존재하는 목적― ‘루크를 막기 위해’라는 것이 발걸음을 무겁게 만들어 길이 더욱 멀게만 느껴졌다. 아니, 사실은 가고 싶지 않은 거겠지. 미리나의 죽음에 프란시스 대신관이, 라이언 대신관이 닿아있는 것은 분명하니까. 케레스 대신관 역시. '그의 무능 때문에'라니, 빌어먹을. 이건 너무 분하잖아……! 그러니까 그가 죽든 말든, 난 막고 싶지 않아. 오히려 나 역시 한 방 날려주고 싶다고! ……그렇지만, 그렇게 따지자면 소라리.. 2012. 9. 18.
[제르리나] 폭풍전夜 - 첫 번째 (2011) 사일라그, D-15。 하루가 지나면, 너는 울고 있을까. 오늘이 지나면, 너는 웃고 있을까. 저주받은 골짜기. 붉은 사내와 검은 아이와의 만남. 그리고, 여행이 다시 시작된 지 5일째가 되었다. 정신없이 그릇들을 비워대는 아침도, 조금은 느긋하게 지나가는 오후의 숲길도, 습격자에 대한 긴장도, 불꽃의 폭음과 함께 졸음을 깨치는 산적들의 몸부림도- 여느 때와 다름없다. 단 하나 걸리는 것이 있다면 익숙한 길을 안개가 잔뜩 낀 새벽녘에 걷는 것과도 같은 아주 작은 찝찝함이 있는 것뿐이다. 그러나 어쩔 수 없겠지. 그마저도 여행길의 동료 삼아 지금은 걸어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해가 저물어가기 시작했지만 마을에 도달하려면 작은 산 하나를 더 넘어야 했다. 두 시간 여이면 충분하지만 랄타크의 습격을 살펴야 하기.. 2012. 9. 18.
[제르리나] 웨이트리스와의 만남 - 리뉴얼 (2012) “좋은 아침.” “아, 그래. 좋은 아침이야, 제르.” 그녀는 환하게 웃으며 나를 올려다보았다. 커튼의 틈새를 통해 밝은 빛이 비집고 들어온다. 갓 잠자리에서 일어난 터라 아침의 햇살은 내게는 눈이 부셨다. 숙소는 2층이었다. 1층의 식당에 있던 그녀는 마침 계단이 있는 곳을 지나던 중이었다. 계단을 사이에 두고 인사를 주고받은 후 천천히 계단을 내려가 본다. 어젯밤 과음을 한 탓인가, 고작 한 층의 계단을 내려가는 것도 조금은 어지러웠다. 계단을 내려오니 그녀는 창가의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비틀거리려 하는 발걸음을 숨기며 그녀의 옆으로 다가가 본다. 그녀는 익숙한 듯 의자를 빼내어 주었다. “고맙군.” “뭘. 웬일로 늦잠이야? 벌써 해가 중천에 떴다고.” “아아, 어제 술을 좀 마셨어.” “술.. 2012. 9.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