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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 E M O/잡담 & 양 이야기

붗꽃, 환희, 그리고 그림자.

by waitress 2012. 12. 28.

바라고 바라던 과에서 정규직 모집 공고가 났다.

오오!! 어디 한번 죽도록 일해보자!!

라고 주먹을 불끈 쥐었으나....

병원의 위치가 수원. 기숙사 살면서 다녀볼까 OTL

여보님 2년만 주말부부하쟈...


연봉, 복지, 업무강도, 분위기, 인프라, 여가시간, 출퇴근 등등...

고려할 것은 많지만,

그래도 아직은 업무만족도를 추구하고 싶다.

문제는 그놈의 만족도 높은 부서들이 죽도록 힘들다는 거지.

내 머릿속도 나사 하나가 빠졌나보다.

 

혼자서 이렇게 고민해봤자 정작 병원에서

뽑아줄 지 안 뽑아줄 지도 알 수 없는 일이지만 말이야.

사실 경력 기준도 조금 미달이고,

기혼이라던가 현재 서울 거주라는 것 등이 마이너스 요인이 될 수도 있거든.

그런데도.

 

...가슴이 뛴다... 어우 이러지 마, 내 심장아...ㅠㅠㅠㅠ

두근두근두근두근... 왕 설레발.

 

아. 몰라. 내일 전화하면 "님은 자격 미달이에영"이럴 것도 같고ㅠㅠ

아님 기숙사 안 준다고 해도 한 큐에 게임오버...

결정은 내일 해야하지만 오늘 잠은 못자겠다.

 

의미는 없지만 일단 집값이나 알아보기. 으하하.

다행히 집값은 서울보다는 저렴하니 이사라면 갈 수 있겠다.

지방발령. 그렇게 생각하면 쌈빡하지?

 

결과는 몰라.

그래도 잠시나마, 가슴이 두근거렸던 것 만큼은...

기분좋다.

.

.

.

.

.

.

.

시간이 지나고 머리가 조금 차가워졌다.

 

...언제부터였을까, 국토대장정을 더 이상 떠올리지 않게 된 것이.

매년 매년, 6월만 되면

그 뜨거웠던 여름을 되새기며 다시 한 번 배낭을 짊어지고 싶어했는데.

직장까지 때려칠까 수없이 고민했었잖아, 김지리.

이젠 포기한 거니? 아니면...

 

불꽃처럼 타오르는 것은 눈물겹도록 가슴 뿌듯한 일이지만

그 불꽃에 타오르는 고통은 상상을 초월했었어.

다시 불 안으로 뛰어들 수 있을까...

멈춰선 채 망설이는 나를 발견한다.

 

처음은 멋도 모르고 달려갔지.

두 번째는 이전의 환희에 취해서. 내 머리는 좋은 것만 기억하거든.

그러나, 세 번째로 나아가려는 순간,

빛 뒤의 그 짙은 그림자도 조금씩 기억나기 시작했어.

 

용기일까 무모함일까.

의지일까 환상일까.

그럼에도 붙잡고 싶지만.

 

...같이 이사를 가겠다고 말해주었어.

오늘의 이 고민과 방황은...

내 곁에는 나를 지지해주는 이가 있다는 걸 다시 한 번 깨달은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고마워.

 

 

 


 

 

 

추가.

인사팀에 문의해봤다. 답변 내용이 날 더 힘들게 만들어.;


- 살짝 미달인 경력은 일단 지원은 가능
- 기숙사 제공 안됨


...........OTL

만약에 붙으면, 기숙사에 한두 달 살면서 초기적응 + 집 알아본 후
수원으로 이사간다, 라는 계획이었는데!!!!
아니 기숙사를 안주십니까 ;ㅁ; 신규간호사 위주로 주는 거냐 엉엉.;;

 

기숙사가 없다면~
근처 고시원 등에서 묵으며 초기적응(=공부 왕창) + 집 알아보기.
.........안그래도 가시밭길인데... 이건 몇 배는 더 힘들잖..아...ㅠㅠㅠㅠ


오 주여, 어찌 제게 이런 시련을 주시나이까~~ㅠㅠ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