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한 차 한 잔과 함께,
도란도란 차분한 이야기를 나누며,
카페에 자리를 잡고 느긋하게 개인지를 읽으며,
다가올 이벤트 시간을 기다리자.
이번 온리전의 모토이자 유일한 목표였습니다.
사실은 걱정을 많이 했어요. 책상은 작고 부스 참가자 분들이 두 명씩 안기엔 상당히 비좁고. 이벤트는 육성으로 진행해야할 판이고 일반 이용자들도 모르고 올라올 수 있고. 무엇보다 이 카페는 스텝/부스어 제외 100명 이상이 들어온다면 상당히 좁고 복잡해질 것이고, 그쯤 되면 어린 팬분들의 수도 늘어날 테니 1층은 코믹행사장 마냥 시끄러워질 지도 모른다. 그렇게되면 카페의 사장님이나 직원들, 카페를 찾는 일반인들에게 만화에 대한 안좋은 인상을 주게 될 것이다-
우와 적고보니 많군요. 사실 더 있어요(♡). 이렇게나 걱정을 많이 했다면 카페를 빌리지 않으면 되지 않느냐고 많이들 말씀하셨습니다. 사실 카페에서 진행했기에 불편한 점도 많았고, 대관장소도 여러 차례 바꾸며 혼란을 드렸지요. 그럼에도 카페에서의 행사를 밀고 나갔던 것은 욕심과 기대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23년 묵은 팬덤인데, 신분증 확인이 필요 없을 정도로 나이대가 있는 팬덤인데. 다들 예절을 지켜주시지 않을까- 하고 말이지요.
솔직히 1차 온리전 때는 '나이대 어디갔나'싶은 어린 관객층이 대다수였기에 문제도 많았어요. 붙잡고 혼내주고 싶을 정도였던 분도 몇몇 분 계셨습니다(버럭!!!!). 그러니까 더더욱 이런 근거 없는 기대를 하면 안되겠지만 그래도…… 그래도. 믿고 싶었고, 설령 어린 분들이 오시더라도 언니오빠들을 보며 잘 해 주시겠지, 라고 생각하고 싶었습니다.
결과적으로는 상당히 잘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예상했던 것보다 참관객의 수가 적었던 것은 아쉬움으로 남지만(참관객조사 해주신 분들 다 어디갔어요!!ㅠㅠ) 그 만큼 소수정예라고 해야 할까요? 카페도 너무 비좁게 느껴지지 않게 적당히 복작거리며 "사람으로 가득 찬" 느낌을 주었던 것 같아요, 으하하. 부스어로 책상에 앉아보지 않으신 분들은 모르겠지만, 사람 없어서 휑~하면 그거 정말 서글프거든요. 적은 참관객일지라도, 실은 많은 것처럼! 솔직한 맘으론 이것도 노렸습니다☆
이벤트 시간까지의 기다림에 불편하지는 않으셨나요? 알아서 흡연실에 들어가 의자를 꺼내 앉아계시고 또 1층에서 느긋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보니 제 마음이 다 훈훈해지더라구요. 1층 통제가 필요할 까 염려하며 종종 내려가보았지만 이런 우려를 한 저에게 한 대 때려야 할 것 같았습니다. 이게 바로 만화를 좋아하는 '불량학생들'이다, 이게 바로 어른들이 그렇게 못마땅해하는 '동인질'이며 '온리전'이다!! 그렇게 온 세상에 자랑하고 싶을 정도였습니다.
부스 지키랴 감사한 협력 분들께 선물드리랴, 사실 저는 부스를 제대로 돌아보지 못했네요 엉엉^_T 살짝 늦게 오셨다가 순식간에 완매되어버린 모 님의 책은 구경도 못했긔!! 정말이지, 모든 부스 참가자 분들은 주최에게 책을 바치시라~~ 라고 외치고 싶더라구요(웃음).
그래도 이래저래 돌아다니며, 본부석을 지켜주신 모 님께 "도대체 이 사람은 왜 계속 자리에 없냐"는 핀잔을 들어가며. 꿋꿋이 행사장을 돌아다녔던 것 같아요. 주최자로서 엉덩이 붙이고 앉아있어야 하는 것도 맞고 비록 재고전이나마 부스까지 냈으니 손님을 맞아야 하는 것도 맞지만 저도 참관객으로서 즐기고 싶은 한 사람이란 말입니다♡ 조금만 봐주세요~.
등신대는 원래 스텝 부스들의 뒤에 붙여놓으려고 했어요. 그런데 생각보다 갯수가 늘어나는 바람에(^^;) 예상했던 위치에 들어가지 않더라구요. 즉석에서 바꾸어 흡연석 유리창에 붙여놓았는데, 흡연석과의 사이에 블라인드를 친 격이 되어 참관객분들이 안에서 휴식하시기에 더 좋지 않았나 생각해 봅니다. 더불어 등신대의 사진을 찍으시다가 덤으로 찍혀버리는 일도 줄었고, 호호.
등신대가 앞에 있는 덕에 그림들은 실컷 볼 수 있었네요. 다른 부스 분들이 여기에 있으면 본부석과 등신대를 찾는 참관객분들때문에 불편하지 않을까 싶어 스텝부스석 앞에 배치했거든요. 그런데 오히려 그 자리를 부러워했다는 분이 계셔서 조금 놀라기도 했습니다. 하긴 등신대 그림은 다른 분들은 오늘 처음 보는거지……라고 뒤늦게 생각했어요. 저는 2주 전부터 보아왔거든요, 예이~!! 비록 하루였지만 등신대 뽑아놓고 그 위에서 뒹굴었습니다!!(는 뻥이고, 위는 구겨지니까요. 옆에서 뒹굴었습니다!!) 이 맛에 주최하는 겁니다, 자 다들 총대 한 번씩 매세요!!(?!)
등신대, 그리고 족자봉. 총 15종의 그림에 모두들 기뻐해주셔서 준비한 저희들도 행복했습니다. 경매, 즉 돈으로 이루어지는 등신대 경매는 썩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이 또한 축제의 일환이며 모든 분들이 바라는 이벤트이지요. 그러나 그것만을 준비하는 것은 싫었어요. 혹시라도 돈이 없어 내가 원하는 캐릭터에 입찰조차 할 수 없다면? 그건 너무나도 서글픈 일이잖아요. 돈은 나중에라도 벌 수 있지만 이 등신대는 단 한 장만 있는 것인데.
그래서 '누구든 원하는 캐릭터를 가질 수 있도록' 족자봉을 마련했어요. 사실 개당 13000원이니 아주 싸다고 할 수는 없지만, 학생분들일지라도 용돈을 모으면 한 개 정도는 살 수 있을까 기대를 하며 준비했습니다. 등신대에서 다루기 어려운 편인 조연들(실피르, 바르가브, 피리아)도 함께 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맘같아선 레조나 미르가지아까지 넣어버리고 싶었지만 참았습니다(……). 원하는 것을 모두 가져가셨는지 모르겠네요:)
행사가 끝난 지금은 추가 주문 게시판을 열어두었습니다. 사실 예약 날짜를 사전에 공지해놓고 예약을 받은 것이니 추가 주문을 받으면 날짜를 지켜주신 분들께 실례가 되겠지만, 본 이벤트의 취지를 생각하며 양해해주신다면 감사하겠습니다. 쑥쓰러워서, 날짜를 잊어버려서 주문을 못한 분이 있다면 얼마든지 연락주세요. ……갑자기 판촉모드로 돌아선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만, 아무튼 취지는 그렇습니다.
다시 돌아와서. 세 시간의 판매전은 순식간에 지나가 버렸어요. 조금 더 길면 좋았겠다- 싶은 마음이 있었지만, 지루하기 전에 살짝 아쉬움을 남기고 끝난 것이 더 즐겁지 않을까 자위해봅니다. 세 시간 동안 아무런 다툼도 언성이 높아지는 일도 없이 한 자리를 지켜주신 모든 분들. 이벤트 전의 육성 공지에도 쫘악 주목해주시고, 경청해주시고 대답까지 곁들여주셨지요. 더불어 이벤트 시작 후 "확인도장을 받지 않은 사람이 있느냐"는 질문에 단 한 명도 손을 들지 않았습니다. '참관객 통제'라는 단어에 주최측의 오만함이 들어있었다는 것을 느꼈어요. 그 순간의 감동은, 지난 7개월 여의 대장정을 싹 잊게 만드는 그런 기쁨이습니다. 모두 한 마음으로 즐겨주셔서, 그야말로 성숙한 덕질이자 이상향을 보여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벤트는 많은 분들이 후기를 남겨주셨으니 저는 코멘트하지 않을게요. 제가 진행한 이벤트에 평을 덧붙이는 것은 사견이 많이 들어갈 것 같고, 사실 카페를 비워줄 시간이 시시각각 다가와 경매를 지켜보지 못해 아쉬울 뿐이고~~ 그나마 경매 현장의 영상을 찍어주신 1인조밴드님께 감사드릴 뿐입니다. 뒤늦게나마 그 장면을 즐길 수 있었어요. ……이미 공개했으니 염장 한 마디 쯤은 해도 되겠죠? 여보님 고마워!!♡♡
이번 행사의 최대의 아쉬움은 '시간'이었어요. 카페라는 특성상 오후 세 시 이후에는 새로운 손님이 들어옵니다. 네 시까지 대관을 해서 판매전도 30분쯤 더 하고 정리도 느긋하게 하고 싶었지만 모든 것을 원하는 대로 할 수는 없겠죠. 아쉬움을 남기고 급히 의자들을 정리해야 하는데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2층에 남아계셔서 발을 동동 굴렀어요. 이거 잠시 비켜달라고 해야하나, 어떻게 해야 하나. 그런데 그 분들이 의자 하나씩을 함께 들어주실 줄이야.
더 이상 드릴 말씀은 없을 것 같습니다.
모 님의 후기를 (불펌하여) 덧붙이며, 후기를 빙자한 감사인사를 마칩니다.
"슬레이어즈 온리전은 천국이었다.
질서와 평화의 공간이었다.
카페베네 2층에서 행사가 진행됐는데
좁은 공간인데도 서로 트러블 하나 없이 웃으며 시작해서 웃으며 끝났다.
스태프들도 다들 되게 멋지시고 사회자 분들도 진짜 말씀잘하시고...
행사가 끝나자마자 사람들이 너도나도 할것없이 모두 스태프처럼 장내정리를 도와주었다.
그 장면에서 또 감동...ㅠㅠ
도덕책 한 페이지를 떼어다 구현화시킨 것 같은 온리전이었다.
비록 난 친구를 도와주러 간 거라 슬레이어즈는 잘 몰랐지만
굉장히 좋은 인상 받을 수 있었음...."
후기를 멋대로 퍼와 죄송합니다, 문제가 된다면 삭제하겠습니다. 그렇지만 너무나도 감사하여, 많은 분들께 보여드리고 자랑하고 싶었습니다. 이번 행사를 좋게 봐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더불어 행사를 준비하고 진행하느라 고생해주신 공동주최 아르카 님,
여러모로 부려먹어 죄송하고 감사한 우리의 능력자 분들- 스텝 라니구드 님, 틴트 님, 1인조밴드 님,
이게 스텝이냐 당일 도우미냐 궁금했을 정도로 열심히 뛰어주신 백휘광영 님, 리혜 님, 윙선생 님과
이른 아침에 달려와 큰 도움을 주신 아르카 님의 지인 세 분,
그간 메일로만 연락을 주고받다 얼굴을 알게 되었지만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 못해 아쉬운, 이 행사를 빛내주셔서 넙죽 큰 절 올려야 할 부스 참가자 분들,
아름다운 그림들로 행사장을 가득 채워주신 그림 협력 분들,
행사의 주인공이자 '격'을 보여주신 일반 참관객 분들,
민폐쟁이 행사에도 마지막까지 웃음지으며 도움을 주신 너그러운 카페의 사장님과 직원 분들께
깊이, 깊이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P.S. 일주일이 지난 후. 몇 마디 덧붙입니다.
이번에는 참 많은 분들께서 후기를 남겨주셔서 행사에 대해 어떤 느낌을 받으셨는지 더 생생히 알 수 있었습니다.
후기들, 모두 캡쳐해두었습니다:D 저에겐 소중한 보물이 될 거에요. 민망해하셔도 하드에서 안지워드립니다~!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시고 또 기뻐해주셔서 다행입니다.
무엇보다 참관객 감소로 인해 저조한 판매량이었을 게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많은 부스참가자분들께서 "3회가 열리면 또 참가하고 싶다"라고 말씀해 주셔서
...굉장히 기뻤어요.
언제가 될 지 모르겠지만, 그 때에도 함께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참관객 분들은 물론 100%+a 오시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