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부、 가시나무 숲 다음날 아침, 리나가 지끈거리는 머리를 누르며 식당으로 들어왔다. 이미 식사시간이 한참 지난 때여서 식당은 텅 비어 있었고 제르가디스가 홀로 차를 마시고 있는 중이었다. ∽ 리나와 가우리가 다시 세일룬에 도착한 것은 이틀간의 휴식 이후 다시 아홉 번의 밤이 지난 때였다. 평소라면 가도를 따라 25일은 족히 걸어야 할 거리였지만 말을 구입해 타고 온 덕분에 도착이 예상보다 앞당겨졌다. ∽ 잠시 후, 한참을 헤맨 끝에 골목 구석에 숨어있던 잡화점을 발견했다. 가게 안에는 사장으로 보이는 중년의 여인과 물건을 정리중인 젊은 여자 점원, 그리고 손님 한 명이 있었다. 리나는 시간이 지체되었다며 서둘러 가게 안으로 들어섰지만 가게 안에 비치된 물건은 얼마 되지 않았다. ∽ 제르가디스는 칼마트 공국 동쪽 외곽의 한 마을을 걷고 있었다. 제피리아와 세일룬 두 나라와 맞닿은 지역으로, 작은 마을이지만 교역의 요충지 역할을 하는 덕분에 늘 활기차고 먹을 것이 넘쳐나는 곳이었다. 이런 이유로 제르가디스도 이 마을을 여러 번 지나갔고 이번 역시 식품 구입을 위해 마을에 들른 참이었다. 제피리아와의 국경을 넘기 위해서는 산을 여럿 넘어야 했기에 비상 식료품을 구비해 두어야만 했다. ∽ 한바탕 쇼핑이 끝난 후, 가우리가 싹싹 긁어온 말린 과일과 건빵들을 점원이 봉투에 담아주고 있었다. “정말로 아는 게 없어요. 남자들은 끌고 갔지, 좋은 물건들은 나라에서 죄다 가져가지……. 남자들이 없으니 다른 도시와 교역도 안 되고. 덕분에 마을이 이 꼴이네요.” ∽ “제피리아와 세일룬 사이에 전쟁이 벌어졌다는 건가?” ∽ “여기 계산이요! 잔돈은 됐어요!” 리나가 재차 시도했지만 다급한 손끝에서 고삐는 점점 꼬여가는 것만 같았다. 여러 번의 시도 끝에 간신히 고삐가 풀렸고 리나가 얼른 그것을 잡아당겼다. 한가로이 풀을 뜯다가 갑자기 고삐가 당겨지자 말들이 성난 울음소리를 냈다. ∽ 가우리가 리나를 따라잡은 것은 성채도시를 빠져나가고도 한참을 더 달려간 곳에서였다. 리나가 풀밭 위에 벌렁 드러누워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간만에 썼더니 문장이 뭐 이런... 허허...ㅠㅠㅠㅠ 스토리만 전달하잔 마음으로 남기고 갑니다. 설정오류도 죄다 무시하고 일단 전진하겠습니다 엉엉. . . . 2013.06.07 슬레이어즈 팬사이즈 린젤(http://linzel.net) 공개 2013.03.24 슬레이어즈 팬카페 클레어바이블도굴단(http://cafe.naver.com/clearbible) 공개
“좋은 아침, 제르으.”
“좋은 아침. 그런데 표정이 안 좋아 보이는데. 어디 아픈 데라도 있어?”
“별 건 아니고, 어제 살짝 과음했나봐.”
리나가 빈 의자에 앉고는 힘없이 테이블 위에 머리를 뉘였다. 제르가디스가 한숨을 내쉬며 물을 리나에게로 내밀었다.
“으으, 땡큐.”
“그러게 마시지도 못하는 술을 마시고 그러냐.”
“그냥……. 가끔 술에 취하고 싶을 때도 있는 거잖아?”
“그야 그렇지만. 혹시 어제 말하던 마족 때문이야?”
제르가디스의 질문에 리나는 막 삼키려던 물을 뿜어낼 뻔 했다. 간신히 물을 삼키고는 어색해진 표정을 감추기 위해 고개를 절래절래 저었다. 그러나 그것은 큰 실수였다. 숙취가 남아있는 상태에서 고개를 흔들어대니 구역감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리나가 바닥에 대고 욕지기를 했다.
“어이그, 숙취환자는 가만히 누워 있어.”
“어우. 아침도 못 먹겠네, 이거.”
“간만에 한 끼 거르는 거냐? 하하. 그럼 얼른 올라가서 한숨 더 자.”
제르가디스가 웃으며 2층의 숙소로 이어지는 계단 쪽을 바라보았다. “한숨 더 자”라며 숙소를 가리키는 것인가 싶었지만 그의 눈은 무언가를 찾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숙박을 하던 손님이 퇴실을 하기도 늦은 식사를 하기도 상당히 애매한 시간. 식당으로 들어오는 손님은 없었다. 그럼에도 내려오지 않는 누군가를 신경 쓰는 것 같은 제르가디스의 얼굴에 리나가 피식 웃었다.
“그래도 제르 네 배웅은 해야지.”
멈칫, 제르가디스의 손에 들린 찻잔이 흔들렸다.
“어떻게…….”
“어떻게는 무슨. 아무리 오랜만에 만났다지만 우리가 어디 하루 이틀을 같이 다녔냐?”
“…….”
“하여간. 나랑 가우리한테 뭐라고 할 게 아니라 너도 똑같아, 제르.”
“……굳이 그걸 알면서 배웅하러 온 너도 참 너다.”
제르가디스가 머쓱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헤헤, 피장파장인가. 이제는 어디로 가려는 거야?”
“하아―, 일단은 제피리아에 가보려고 해.”
“제피리아?”
“제피리아의 루아드 시티에 키메라를 연구하는 젊은 마도사가 있다고 들었어. 원래 거기에 가던 중이었는데 멤피스였던가, 엘프를 만나 여기에 먼저 온 거야. 이렇게 되었으니…… 다시 찾아가 봐야지.”
“흐응, 그래? 좋은 자료를 찾을 수 있길 바랄게.”
리나가 손가락 두 개를 들어 올리고는 가벼운 윙크를 했다. 그러나 그런 리나를 바라보는 제르가디스가 눈을 찡그렸다.
‘너, 지금 머리를 테이블에 박고 있다는 건 아는 거냐…….’
제르가디스가 마시던 찻물에 사래가 걸려 기침과 웃음을 함께 쏟아냈다.
“응? 뭐야, 왜 웃는 거야~. 그나저나 루아드라면 제피르 시티에서는 조금 멀까나. 제르, 시간나면 제피르시티에 들를 생각은 없어?”
“쿡, 쿠쿡……, 제피르 시티? 거기엔 왜?”
“아렌 거리에 ‘실버엑스’라는 식당이 하나 있거든. 거기 음식이 정말 끝내줘…… 가 아니고,”
리나가 씨익 웃었다. 여전히 머리는 테이블에 뉘인 채로.
“스포트♡의 친구라고 말하면 식당의 웨이트리스가 재밌는 걸 보여줄 거야.”
“어제 말한 그……? 하하, 알겠어. 꼭 들러보지. 그러니 얼른 숙취나 해결해. 배웅하러 나왔다며 누워서 인사할 거냐?”
아 그렇지, 라고 중얼거리며 몸을 일으키려던 리나는 결국 중력과 위장작용에 굴복했다. 홀로 식당의 문을 나서는 제르가디스는 배웅 받기를 잘 했다며(좋은 것을 보았다며) 한참 동안 웃음을 멈추질 못했다.
잠시 후 가우리가 식당으로 내려왔다.
“여어. 배웅은 잘 했어?”
“응. 방금 떠났어. 가우리는 이제 일어난 거야?”
“무슨, 지금이 몇 시인지나 알아? 이미 한참 전에 든든히 챙겨먹었다고. 네가 안 내려오기에 올라가서 한숨 더 자고 왔지.”
배를 두들기는 가우리를 보며 리나가 혀를 내둘렀다. 어제 그렇게 술을 퍼마셔놓고선, 건강한 녀석이긴 한 모양이다.
“그런데 왜 누워 있는거야, 리나?”
“으 그게, 숙취가 지독하게 남아서 말이야. 아침 먹기도 영 글렀어~. 조금만 쉬었다가 출발하자.”
“그러지 뭐. 급할 거야 없잖아. 그런데 고작 그 정도에 취하다니, 너 예전보다 술이 약해진 거야?”
“나도 모르겠어, 한두 잔밖에 마시진 않았는데. 에구구 아무튼 일단은 쉬고…… 어디로 갈까? 역시 세일룬으로―,”
가우리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는 리나의 머리에 손을 얹더니 슥슥 쓰다듬었다.
“우선은 좀 쉬자. 처음 아저씨의 소식을 들었던 때부터 거의 한 달 반을 쉬지도 않고 걸어다녔잖아. 이대로는 네가 쓰러져 버릴 거야.”
“……머리 쓰다듬는 것도 몇 년째 변하지 않았구나, 가우리.”
“그런가? 네가 조그마한 것도 변하지 않았으니까.”
“우쒸, 난 아직 성장기라고~! 널 처음 만났을 때보다 1.5cm나 더 자랐어!”
벌떡 몸을 일으키던 리나가 눈살을 찌푸렸다. 갑작스레 몸을 움직인 탓에 위의 내용물이 올라올 것만 같았다. 리나가 힘이 풀린 인형처럼 의자 위로 털썩 주저앉았다. 가우리가 피식 웃으며 다시 한 번 리나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래그래, 이렇게 무리하는 것도 말이야. 그러니까 일단은 푹 쉬고, 그 다음에 가자.”
“그치만……! 어우, 또 메슥거리네. 알았어, 가우리.”
지난 40여일의 강행군은 제아무리 여행에 익숙한 리나에게도 체력적으로 무리였는지 혹은 긴장이 쌓인 탓인지, 숙취가 그대로 몸살로 이어져 이틀간 앓아눕게 되었다. 체력을 회복하려면 더 쉬어야했지만 세일룬으로의 발걸음을 계속 늦추는 것도 마음에 걸려 가우리가 겸사겸사 기마를 제안했다. 리나는 말을 산 덕분에 미르가지아에게서 받은 오리하르콘이 삼분의 일이나 줄었다며 입을 비죽 내밀었다. 그러나 리나 역시 세일룬으로 빨리 이동하기를 바랐기에 말을 타는 것 자체에는 불평을 하지 않았다. 대신 며칠을 내리 달려오느라 엉덩이가 아프다며 푹신한 침대가 있는 숙소를 찾자고 노래를 불러대는 중이었다.
랄티그 왕국을 지나 세일룬 령의 성채도시로 막 들어선 참이었다. 리나와 가우리가 40여일 전 세일룬을 방문했을 때에는 왕도 세일룬 시티 뿐 아니라 각 지방에서도 검문이 심한 편이었다. 이번의 검문 역시 만만찮게 까다로운 수준이었지만 이전에 비하면 경비병의 수가 꽤 줄어 있었다. 리나는 이런 현상이 전쟁 준비 태세가 한풀 꺾인 것을 의미하는 것이겠지 싶어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아아, 결국 돌아왔구나, 세일룬.”
“한 달을 훌쩍 넘었네. ……어떻게 되었을까, 리나?”
“글쎄. 별 일이 없기를 바라야지. 특별히 이상한 소문도 없었잖아?”
“으응. 마을이 유난히 조용한 게 걸리기는 하지만.”
둘이 서 있는 곳은 성채도시의 중앙로. 그러나 길을 오가는 사람은 서너 명 뿐이었고 가게들도 절반 정도는 닫혀있어 어딘가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마저 풍기고 있었다. 가우리가 인상을 찌푸리자 리나가 가우리를 지긋이 노려보며 중얼거렸다.
“가우리, 너 또 하얀 음식 같은 음모론을 펼치려는 건……?”
“어라, 그런 거였나? 어쩐지 기시감이 일더라고, 하하하.”
가우리가 웃으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도시는 비록 고요했지만 예전에 두르고 있던 흰 천이 벗겨지고 다양한 색을 드러내는 중이었다.
“하얀 음식이든 빨간 음식이든 맛있는 것만 많으면 좋겠네. 아, 그리고 잡화점 좀 들르자, 가우리. 비상식이 다 떨어졌어.”
“벌써? 하긴 요즘 노숙이 잦았지. 가게가 어디 있을라나……. 저기요!”
가우리가 손을 들고 가까이에 있던 소녀 하나에게 다가갔다. 그러나 소녀는 가우리와 눈이 마주치자 놀라는 얼굴을 하더니 곧바로 옆의 골목으로 달음질쳐갔다.
“엥?”
“왜 그래, 가우리?”
“날 보고는 깜짝 놀라서 달려가는데. 내가 그렇게 무섭게 생겼나?”
가우리가 머리를 긁적였다. 붙잡고 이유를 물어보고 싶어도 소녀는 이미 어디론가 사라진 후였다.
“가우리 너처럼 커다란 녀석이 다가오면 무섭기도 하겠지. 나도 가끔씩 놀라는 걸~.”
“뭐야, 리나! 그건 네가 너무 작은…….”
투덜거리려던 가우리가 말끝을 흐리다 입을 다물었다. 조금 전 길 위에는 적어도 세 명의 사람들이 그리 멀지 않은 거리에 있었다. 그러나 잠깐 사이 사람들 모두가 멀찍이 떨어진 채, 가우리를 바라보며 수군대거나 혹은 겁에 질린 눈으로 걸음을 서두르고 있었다. 그들 모두는 여자였다.
“남자들은 죄다 일하러 간 건가. 그런데 아까부터 다들 반응이 왜 이래?”
“글쎄. 가우리, 너 나 몰래 죄 지은 것 있어? 지명수배가 되었다거나.”
“내가 너냐?”
리나가 품 안에 손을 넣자 가우리가 반사적으로 팔을 들어 머리를 방어자세를 취했다. 리나는 서로의 모습에 ‘변한 것이 없다’던 제르가디스의 말이 떠올라 피식 웃었다.
“가우리도 구르는 재주가 있네. 일단 비상식량들부터 사고, 나중에 가게 사람에게라도 물어보자.”
“오케이. 그런데 그 비상식은 어디에서 사야하나~.”
어느새 텅 비어버린 길을 보며 둘은 누가 먼저랄 것 없이 한숨을 내쉬었다.
“어라, 남은 게 이것밖에 없어요?”
“죄, 죄송합니다. 지금은 물건이 잘 들어오지 않아서요.”
“네? 그래도 이건 너무 적은데. 다른 가게를 찾아볼까, 가우리?”
“저, 지금 여러 가지로 사정이……. 아마 다른 곳도 비슷할 거예요. 이쪽 길에 있는 다른 잡화점은 전부 휴업 상태이구요…….”
점원은 어째서인지 조금 전의 소녀처럼 겁에 질린 얼굴을 하고 있었다. 거짓말을 하며 말을 더듬는 것이라고 보기에는 말 그대로 '공포'에 휩싸인 눈을 하고 있기에 일단은 그 말을 믿어주어야 할 것만 같았다. 리나가 한숨을 내쉬며 가게를 둘러보았다. 남은 것은 약간의 말린 과일 편과 말라비틀어진 건빵 뿐. 찾아봐야 알겠지만 고기류는 절임이나 훈제고기는커녕 육포도 보이지 않았다.
“어쩔 수 없지. 일단 이거라도 사가자.”
가우리가 바구니에 말린 과일과 건빵을 담기 시작했다. 그러나 말 그대로 '비상식'밖에 되지 않을 물건들이어서 가우리도 입맛을 다셨다.
“내일 세일룬 시티에 갈 때까진 버틸 수 있겠지?”
“응, 물고기라도 잡으면 어찌 되겠지 뭐. 그나저나 크로펠 씨가 잘 처리하셨을까 모르겠네. 부디 다른 마족은 없기를, 으으.”
“마족이라, 역시 또 싸울 수도 있으려나. ……리나, 용 할아버지한테 받은 건 시험해봤어?”
“아, 그게 말이야.”
리나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도적을 털 때라던가 해서 중간중간 시험은 해봤는데, 문제가 좀 있어. 일단은 이 팔찌—‘용의 팔찌’라고 부를게—는 정령마법에 대해서는 이전의 타리스만보다 더 대단한 증폭력을 발휘해. 신과 정령이다보니 상성이 잘 맞는 건지 아님 팔찌의 증폭력이 좋은 건지는 나도 모르겠어. 그렇지만 마족에게 정령마법은 소용이 없으니까 패스.”
“그럼 쓸모가 없다는 거야?”
“아니~. 그건 아니고 요는 흑마법이라는 건데, 이게 문제야. 흑마법은 상대의 아스트랄 사이드에 작용해 그 정신을 파괴하고 남은 힘을 이쪽 세계에 흩뿌리는 식이거든. 그런데 주변에 마족이라던가 하는 상대가 없으니 나로선 중요한 아스트랄 사이드에의 파괴력이 아니라 외부 작용만을 확인하는 수밖에 없어. 물론 몇몇 마법은 도화선 같은 것이 있어서……. 무슨 말인지 알겠어, 가우리?”
“아니, 전혀.”
“그러니까 적당한 상대가 없어서 시험해보지 못했다는 말이야. 저 산에다 드래곤 슬레이브를 날려 봐도 될까?”
“……참아주라, 리나.”
“아하하 농담이야~ 너무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것 아냐?”
정말 농담일까, 라고 말하는 듯한 가우리의 눈빛에 리나가 가우리의 머리를 쥐어박았다.
“으이그. 그리고 말야, 흑마법에도 적용이 된다고 해도 문제가 남아. 이전과 비슷하면서도 좀 다르다고 해야 하나. 타리스만은 내가 운용할 수 있는 마력 그 자체를 늘려주는 것이었거든. 그런데 이 용의 팔찌는 일단 내가 주문을 발동시키면 거기에 힘을 보태준다는 그런 느낌이야.”
“무슨 소리야?”
“쉽게 설명하자면…… 그래,”
리나가 바구니에 담은 말린 과일 중 두꺼운 것과 얇은 것을 꺼내 양 손에 쥐었다. 그리고는 두꺼운 과일 편을 들고 휘두르며 말을 이었다.
“여기에 대단히 잘 드는 바스타드 소드가 있다고 쳐봐. 근력이 부족한 나에게 그 검을 들고 휘두를 수 있는 파워를 주는 게 타리스만이라면, 용의 팔찌는 내가 휘두르는 평범한 단검에 바스타드 소드 급의 힘을 더해주는 셈이야.”
“엥? 그럼 더 좋은 거 아니야? 네가 바스타드 소드를 쓰면서 팔찌의 힘을 더하면 어마어마할 거 아냐.”
“절대 아니야. 물론 내가 그 무거운 칼을 잘 다룰 수 있다면야 좋겠지만, 지금의 내 힘으로는 칼을 들어올릴 수조차 없다구. 그럼 팔찌의 힘을 더하고 자시고가 없잖아?”
“흐음, 요는 네가 쓸 수 있는 주문에만 힘을 더해준다는 말이야?”
리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타리스만을 얻은 후에야 발동이 가능했던 주문들이 있어. 제라스 브릿드와 라그나 블레이드. 둘 다 고위마족에게 통할만한 주문이고 라그나 블레이드는 너도 알다시피 내 필살기라고도 할 수 있는 거야. 강한 주문인 만큼 제어하기가 상당히 어려운데, 예전에는 타리스만 덕분에 풍족한 마력으로 주문을 제어하고 발동할 수 있었어. 그렇지만 지금의 나로서는 발동 그 자체가 불가능한 거야. 한마디로 팔찌의 힘을 써먹을 수조차 없다구.”
“하긴, 이거 새끼 도마뱀들 거라고 했었지? 스스로 주문을 쓰지 못하면 수련이 되지 않는 거니까.”
“그런 셈이야. 그치만 마력이라는 게 근육 키우는 것처럼 뚝딱 할 수 있는 게 아니라서, 으음.”
리나가 신음을 흘리며 생각에 잠겼고 가우리는 말린 과일과 건빵을 다시 바구니에 담기 시작했다. 가우리가 가게에 진열된 것들을 죄다 쓸어 담는 동안에도 리나는 계속해서 무언가를 고민하고 있었다. 가우리가 리나의 옆에 바구니를 내려놓으며 말을 꺼냈다.
“있잖아, 리나. 그…… 라그나 어쩌고 하는 거. 얼마 전에 사용하지 않았어……?”
“으, 응?”
리나가 당황한 얼굴로 고개를 들었다. 그러나 정작 질문을 던진 가우리는 바구니에 담은 말린 살구를 들어 이리저리 살펴보는 중이었다.
“잘은 모르지만 예전보다 칼날이 더 커진 것 같은데. 그러면 위력도 더 큰 것 아니야?”
“그건…… 그냥 폭주한 거라서 그래.”
“그래? 그래도 어쨌든 주문을 쓸 수는 있는 거잖아. 뭔가 문제가 있는 거야?”
리나가 씁쓸히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폭주라니까. 내 마음대로 제어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고, 운 좋게 발동해도 마력을 다 써버려 다음 주문을 사용할 여력이 없을 거야.”
“그럼 그 한 방으로 확! 해치워버리면 되잖아.”
“야아, 너도 못하는 걸 나한테 요구하지 마~. 말 그대로 모 아니면 도니까, 그걸 전투 중에 시도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봐. 정말 죽을 수도 있다구.”
리나가 잠시 말을 끊고는 바구니에서 건빵을 하나 꺼내들었다. 이를 양 손으로 잡고 힘을 주자 건빵이 건조한 소리와 함께 둘로 갈라졌다.
“다른 방식이 하나 있기는 해. 이거야.”
“건빵?”
“아니, 반쪽짜리 주문. 제라스 브릿드의 경우 수정버전으로는 발동이 가능하거든. 라그나 블레이드도 불완전판이라면 조금 무리를 하면 발동할 수 있을 지도 몰라. 이거에라면 증폭은 가능할 거야. 그렇지만 이건 주문 그 자체를 약하게 만드는 방법이니까, 여기에 증폭을 가해도 예전의 위력이 나올 지 어떨지는 모르겠어.”
“하긴 이미 반쪽짜리 건빵이니까, 거기에 잼을 발라 먹어도 배가 부르지는 않겠다야.”
“뭔가 그럴 듯 하면서 이상한데……? 그리고, 이러니저러니 해도 이건 용족의 도구이니까 흑마법에 증폭이 먹힐 지 그 자체부터가 의문이야. 그 동안 건빵―아니, 다이너스트 브라스를 몇 번 써봤지만 역시 잘 모르겠어. 번개가 좀 더 커진 것 같기도 하고 그냥 기분 상인 것도 같고.”
“그렇구나.”
가우리가 팔짱을 끼고는 눈을 감았다. 그리고는 한참을 무언가 생각하는 듯 하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중얼거렸다.
“건빵에 고기용 소스를 바르면 맛이 없을 테니까. 의외로 어울릴 지도 모르지만, 역시 직접 먹어보지 않으면 알 수 없겠어.”
“한참 고민한 게 그거냐!”
“결국은 지금은 잘 모르겠다는 거지?”
“그래, 이건 일단 전력 외로 생각해야 할 것 같아. 당분간은 가우리의 검을 주 공격으로 삼고 나는 서포트를 하도록 할게.”
“오케이. 그리고 걱정 마, 리나. 가는 길에 작은 마족 한둘쯤은 나올 테니까, 그 팔찌도 시험해 볼 수 있을 거야 하하.”
‘퍽!’
갑작스런 타격에 가우리가 허리를 숙이며 울상을 지었다. 올려다본 리나의 손에는 대체 언제 꺼낸 것인지 분홍색 슬리퍼가 들려 있었다.
“그런 말 하지 말라니까~!”
“음?”
제르가디스가 늘 들르던 잡화점을 찾았지만 가게에는 유난히도 손님이 많았다. 단순히 사람으로 바글거리는 정도가 아니라 문 앞까지 줄이 이어져 있었고, 막 물건을 사간 이는 한 바구니 가득 많은 양을 사가던 참이었다. 무슨 일이라도 일어난 것일까? 식료품을 사재기해야할 만한 경우는 흔치 않을 텐데, 제르가디스가 중얼거리며 발걸음을 돌렸다.
다른 가게를 찾아보았지만 육포 등을 다루는 가게는 모두 비슷한 상황이었다. 제르가디스는 별 수 없이 길게 늘어선 줄의 한쪽 끝에 서서 차례를 기다렸다. 한참을 기다린 후에야 물건들을 고를 수 있었지만 예상대로 쓸만한 것은 다 빠져나간 후였다. 제르가디스가 상태가 좋지 못한 육포와 약간의 말린 과일만을 들고 혀를 찼다.
“남아 있는 것이 이 것 뿐이라니 큰일이군. 주인장, 대체 무슨 일인가? 옆 골목의 다른 가게도 마찬가지이던데.”
“예? 모르셨소, 손님? 아, 이 지방 분이 아니신가?”
“무슨 일이라도 일어났나?”
태평하게 묻는 제르가디스가 답답하다는 듯 주인장이 혀를 찼다.
“어제인가 그제인가, 바로 옆의 두 나라 사이에 전쟁이 났소! 덕분에 옆 나라의 군인들이 우리나라를 지나가는 통에 여기도 정신이……, 어이쿠, 저기 보시오. 또 왔구먼!”
주인이 놀란 듯 가게 밖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골목 너머로 큰 길이 보였는데 마침 말을 탄 한 무리가 그 곳을 지나가는 중이었다. 군인과 관리가 뒤섞인 수십 명은 됨직한 대규모의 일행이었고 그들이 달고 있는 깃발은 제피리아의 문양이었다. 일행이 지나간 뒤로 흙먼지가 뿌옇게 피어올랐다.
“요 사이 별 소동은 없었던 것 같은데 별일이군. 저건 제피리아……? 대체 어디와 전쟁이 난 건가? 칼마트 공국과 붙어있는 나라가 한둘은 아니잖나.”
“아, 그것도 그렇군. 아무튼 이 마을과 맞닿은 두 나라라면 어디겠소?”
“……응? 그럼, 설마…….”
제르가디스가 마른 침을 삼켰다.
“아, 점원 언니. 물어볼 것이 있는데요.”
말없이 손을 움직이던 점원은 리나의 말에 상당히 놀란 듯이 눈에 보일 정도로 어깨를 들썩였다.
“예……에. 무슨 일이신가요?”
“왜 사람들이 이 녀석을 보며 무서워하는 거죠? 남자들도 하나도 보이지 않구요.”
“네? 그야 용병 분……이시잖아요?”
점원이 ‘용병’이라는 단어를 입에 올리는 순간 그녀의 손이 파르르 떨렸다. 리나가 눈살을 찌푸렸다.
“용병은 아니에요. 여행 중인 마도사와 검사입니다.”
“아니시라구요? 정말인가요……?”
가우리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사람 좋은 미소를 씨익 지어보였다. 그러나 점원은 여전히 경직된 채였다. 가우리가 계산대에 기대어 앉고는 옆에 있던 의자를 점원에게 권하며 물었다.
“예, 정말 용병이 아닙니다. 그런데 아직도 세일룬에서 용병을 모집하고 있는 건가요?”
점원이 난처해하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러나 사장과 다른 손님은 이미 ‘도망’을 간 후였고 문 너머의 길가에는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도움을 청할 곳이 없어 다시 가게 안으로 시선을 돌리니 덩치 큰 이 남자는 끈덕지게도 자신의 대답을 기다리는 중이었다. 점원이 안절부절못하며, 그러나 포기하는 듯한 얼굴로 의자에 엉덩이를 얹었다.
“네, 그게 끝났다고 해야 하나, 뭐랄까……. 용병은 물론이고 마을 남자들까지 한 달 전부터 죄다 소집되어서 불려나갔으니까요. 저도 자세히는 모르겠네요.”
“마을 남자들? 잠깐만, 여기는 랄티그의 국경지대잖아요. 랄티그와 무슨 일이라도 일어난 건가요?”
가우리가 되물었지만 점원은 바로 말을 잇지 못했다. 그리고는 고민하는 듯 몇 차례 목을 가다듬다가 갈라진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전쟁, 이 일어날 거라고 들었어요.”
“전……쟁……!”
리나가 벌떡 일어섰다.
“전쟁이라구요? 어째서!”
“어째서라고 하셔도……, 우리 여자들이야 자세한 건 모르죠. 병사들이 와서 아무런 설명도 없이 남자들을 끌고 갔고, 그 뒤로 알려주는 것은 전혀 없으니까요.”
“그, 그렇지만……!”
“뭔가 두 나라 사이에 문제가 있었나요? 국경지대라면 분위기라도 대충 알 수 있잖아요!”
리나와 가우리가 번갈아 외쳤지만 점원은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점원이 자조적인 웃음을 지었다. 도시를 가득 메운 을씨년스럽고도 쓸쓸한 분위기가 그녀의 얼굴에 묻어나 있었다.
“조금 전엔 용병이라고 착각해 실례를 했네요, 죄송합니다. 그리고 손님들 덕분에 물건이 다 팔렸으니 이제 이 가게도 문을 닫아야 할 것 같아요. 가게를 정리해야 하니 이만 나가주시겠어요?”
점원이 의자에서 일어서며 포장된 봉투를 내밀었다. 더 물어볼 것이 많았지만 그녀의 얼굴은 이미 정리가 된 것처럼 보였다. 리나가 망설이며 입을 열었다.
“한 가지만 더 물어볼게요. 전쟁이 이미…… 시작된 건가요?”
“글쎄요. 전쟁이란 걸 잘은 모르지만 그리 먼 나라도 아니고……, 남자들이 끌려간 지 한 달은 되었으니 지금쯤엔 시작되지 않았을까요?”
“하지만 요 며칠간 랄티그를 지나오면서 별 이상한 점은 없었는데요. 정말 전쟁이 일어난다고 한 것 맞나요?”
“어머, 제가 랄티그라고 했나요? 상대국이 거긴 아닌 걸로 알고 있어요. 어디랬더라…….”
점원이 고개를 갸웃했지만 생각이 잘 나지 않는지 한참동안 대답을 잇지 못했다. 리나가 답답한 듯 대답을 재촉했다.
“아까 '그리 먼 나라가 아니다'라고 하셨죠. 그럼 연안제국연합이나 칼마트 공국인가요? 아니면……?!”
리나와 가우리가 서로를 마주보았다. 점원이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아, 맞아요. 제피리아라고 들었어요.”
제르가디스가 다시 물었다. 질문을 하며 그는 고개를 절래절래 저었다. 그가 알기로는 현재 세일룬의 국왕은 필리오넬 엘 디 세일룬, 아멜리아의 아버지였다. 툭 하면 악당들을 폭력으로 날려버리는 의심스런 평화주의자였지만 그 목적은 어디까지나 ‘정의’인 사람이었다. 혹여 제피리아를 ‘악의 축’으로 간주해 정의의 심판 따위를 내리는 것이라 하더라도, 전쟁이라니. 세일룬과 가장 어울리지 않는 단어였다.
주인이 답답하다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소. 분쟁이 있던 것도 아니고 잠잠하다가 갑자기 전쟁이라니 이게 무슨 일인지, 원. 덕분에 옆에 있던 우리나라에 불똥이 튀었다오. 오늘 아침에는 용을 봤다는 사람들도 있었다오. 용이라니, 그게 이런 곳에 있을 리가 없잖소? 다들 겁에 질린 거지 뭐.”
“……그런가.”
‘얼마 전 리나와 가우리가 세일룬을 들렀지만 별 다른 일은 없다고 했는데. 그 이후에 일이 터진 건가?’
인간의 도리인지 정의인지 하는 무언가가 제르가디스의 머릿속을 스쳐갔다. 그러나 일개 외국인 한 명이 전쟁 중인 국가의 왕녀를 만나기란 불가능한 일일 것이 분명했다. 제르가디스가 긴 한숨을 내쉬었다.
“전쟁이라, 큰일이군. 그런데 주인장, 육포 남은 것은 더 없나? 갈 길이 먼데 이것만 가지고는 모자라겠는 걸.”
“우리 가게는 이것이 마지막이라오. 사람들이 지레 겁을 먹고 사재기를 해버려서. 여기에서 골목 세 개를 지나서 오른쪽으로 꺾으면 잡화점이 하나 더 있는데, 거기에 물어보쇼. 그런데 어디를 가기에 이렇게 사고도 모자라다고 하는 거요? 댁도 사재기를 하려고?”
제르가디스가 포장된 육포와 말린 과일을 챙겨 자루에 넣으며 대답했다.
“전쟁터. 거기에서 음식을 살 수는 없잖나?”
제르가디스가 멀리 제피리아의 하늘을 바라보았다. 간신히 찾아낸 클레어바이블이 절망만을 전해주더니 새로 찾은 단서는 전쟁터 안이라니. 가시덤불을 헤쳐가야만 하는 것 같아 발이 편히 떨어지지 않았다. 맑았던 하늘에 어느 샌가 구름이 드리워지고 있었다.
리나가 카운터에 대강의 돈을 던지고는 가게 밖으로 달려갔다. 가우리가 허겁지겁 식료품 봉투를 챙겨 뒤따라왔다. 가우리가 가게의 문을 나섰을 때에 리나는 나무에 매어 놓은 말의 고삐를 푸느라 씨름을 하고 있었다.
“아우 씨, 이거 왜 안 풀려?!”
“리나, 진정해!”
“워워, 괜찮아, 진정해. 리나, 너도! 일단 고삐를 놔.”
“시간 없어! 얼른 올라타, 가우리!”
리나는 가우리의 제지도 무시한 채로 이미 말 위에 올라탄 상태였다. 가우리가 한숨을 쉬며 자신의 말고삐를 잡았다. 그리고 식료품 봉투를 말안장에 고정하고 고개를 들어보니 이미 한참 앞을 달리고 있는 리나가 보였다.
“리나?!”
다행히 가도에 사람은 없었다. 그래도 사람이 다니는 길에서 말을 전속력으로 달리게 하다니, 가우리가 혀를 츳 차며 말에 올라탔다.
“야, 리나! 아무리 급해도 도시에서 말을 타고 달리면 어떡해?”
“헉, 허억……. 몰라, 어차피 사람도 없었잖아.”
리나가 중얼거리며 일어나 앉더니 물병을 꺼내 벌컥 들이마셨다. 급히 마신 물이 입가를 타고 흘러내렸다.
“그것보다. 한 달 전에 온 나라의 남자들이 징집되었다니……! 한 달 전이라면 우리가 키르샤를 쫓아 보내고 바로 다음인 거잖아!”
“그래……. 그래도 그 정도면 전쟁은 시작되지 않았을 지도 몰라. 무기라던가 군량 등을 준비하는 데만도 한참이 걸리니까.”
“응, 나도 한 달 만에 뭔가 시작되었을 거라고는 생각 안 해. 그치만 벌써 한 달 째 사람들이 돌아오지 않고 있어. 전쟁은 잘 모르지만, 이건 ‘예정’대로 그 준비인지 뭔지를 계속하고 있다는 거 아니야?”
리나가 걱정이 가득한 얼굴로 가우리를 올려다보았다. 가우리가 잠시 고민하더니 리나 옆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런가. 그 때 그 크라…… 뭐라는 할아버지가 전쟁을 막았다면…….”
“응. 중간에 돌려보냈을 거야.”
리나가 주먹으로 땅을 내리쳤다.
“아아, 바보 같잖아, 나. 크로펠 씨나 세일룬의 마도사 부대 정도로는 브니두를 이기지 못할 게 당연한데, 그걸 그냥 두고 오다니……!”
“리나, 그건 네 잘못이 아니야! 그때는,”
“아니, 아니야! 그때 난……!”
리나가 거칠게 고개를 젓더니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 쥐었다.
“아우우, 그리고 말이야. 이건 다른 문제인데…….”
“왜 그래? 뭐가 또 남아있어?”
“……대체! 왜! 하필 제피리아야?! 막을 수 있었을 지도 몰랐을 전쟁이 일어난 거잖아, 이거 언니한테 들키면 난 죽었다~!”
“리나의 언……, 윽! 괘, 괜찮아, 리나! 전쟁이란 게 사람 하나가 막을 수 있는 일이 아니잖아. 그 할아버지조차 하지 못했는데.”
“으으, 그런 변명이 먹히겠냐고. 아무튼 다 쉬었으니까 얼른 가자, 가우리!”
아직 해는 중천이었다. 리나가 안장에 올라타 방향을 잡고는 고삐를 세게 당겼다.
언젠가는 손보겠지만 그 언제가 대체 언제가 되려나 모르겠네요;
앞에 것들도 죄다 뜯어고치고는 싶은데 그러다간 다음 편 쓰는 데 1년은 더 걸릴 것 같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