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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 E M O/잡담 & 양 이야기

[잡담] 머리 자르고 왔습니다:)

by waitress 2012. 9. 29.

 

 

 

대학교에 들어간 이후로 머리를 자른 기억이 없네요. 가볍게 다듬거나, 한두 번 파마를 하거나.

다듬으면서 약간씩 잘리게 되니 어느 정도 이상 길지는 않았지만 어깨 아래로 25cm는 족히 내려옵디다^ㅁ^;;

점점 무거워지는 머리칼 무게에 두피가 지쳤는지, 탈모가 슝슝 ㅠ_ㅠ

겉보기엔 여전히 숱이 많지만 정수리가 엄청 휑해졌어요.

탈모방지 샴푸를 쓰며 어느 정도 효과를 보긴 했지만 결국엔 빠지겠다 싶어,

극약처방으로 머리를 싹둑☆ 자르기로 했습니다.

 

어깨 정도로 자르면 이쁠까~ 하다가

모발기증 관련 내용을 봤던 게 떠오르더라구요.

이왕 자르는 거 누군가에게 웃음을 줄 수 있다면 이보다 좋을 게 없다 싶어

남편님을 설득해 모발 기증을 결정했습니다:)

(긴 생머리 좋아하는 울 여보님, 미안미안. 그리고 고마워.)

 

아 그런데 머리 자르러 가려고 결심한 날 아침, 그렇게 무섭데요...

한 달 전에 대충 재봤을 때 25cm를 자르면 귀밑 3cm가 될 수준이었거든요.

이거 중학교 때 하던 단발머리 수준이 될 것 같은데,

머리칼이 하도 붕 떠서 "왕자님"이 별명이었던 저로서는 그때처럼 될까봐 걱정이 엄청 되었어요 ㅠㅁㅠ 

남편한테 미용실에 같이 가달라고 했지만 자기는 말릴 것 같아 못 가겠다고. 응.. 이해해.ㅠㅠ

가까이 사는 친언니를 졸라서 언니랑 같이 미용실에 갔어요.

결국 미용실 의자에는 저 혼자 앉지만 ...그래도 혼자 가는 건 겁이 나더라구요.

 

 

 

사진은 결과물☆

미용사 분이 기증할 거라고 말하니까 이런저런 좋은 말들을 해주셔서 다행히 자르는 동안 기분은 상쾌네요.

사실 눈물 그렁그렁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으하하^ㅁ^;;

 

나중에 재보니까 자른 머리가 30cm이대요. 미용사 언니!!!

조금 당황스러웠지만 "딱 25cm에 맞춰 자르면 가발 못만들어요"라고 말씀하시긔.

아니, 맞는 말이긴 한데... 제일 긴 것에 맞추면 중간에 숨어있는 짧은 머리는 상당히 짧을 테니까요.

그래도 저한테 말 한 마디라도 해 주시지, 칭얼칭얼.

뭐 미용사 분의 판단 덕분에 더 길고 예쁜 가발을 만들 수 있겠죠 ^_T

 

머리는 놀랍게도, 귀 밑으로 7cm정도는 내려오는 약간 짧은 수준의 단발에서 정리가 되었어요.

30센티나 잘랐는데도?! 정말요??

한 달 전에 내가 잘못 잰 것일까, 아니면 기증한다고 하느님이 머리 쑥쑥 자라게 도와주신 것일까(웃음).

그래도 짧은 건 여전하기에 차마 인증샷을 올리지는 못하겠지만-

서운하다거나 눈물이 날 것 같다거나, 그런 생각은 들지 않네요.

시원해진 뒷머리가 상당히 기분이 좋습니다 헤헤.

 

기증한 단체는 (사)국제날개달기운동본부(http://wingshang.new21.org/) 입니다.

대학생 시절 위 단체에서 주최한 백혈병, 소아암 환아 돕기 캠페인의 성격을 띈 국토대장정을 가며 인연이 닿게 된 단체에요. 그땐 참 캠페인이고 뭐고 죽도록 걷기만 했는데, 이런 식으로 10년 가까이 인연을 잇게 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네요. 요즈음은 캄보디아에 우물과 학교 설치 등, 아동의료복지에서 나아간 더 폭넓은 아동복지활동을 벌이고 있어요. 그래도 제 첫 만남은 백혈병, 소아암돕기 단체였을 시절인지라 그 쪽에 대한 인상이 더 강렬히 남았네요. 날개달기에도, 모발기증에도 많은 분들이 관심 가져주시면 좋겠습니다...^-^

(날개달기의 모발기증 관련 링크를 덧붙입니다. http://wingshang.new21.org/ngo/57506 이 곳 이외에도 많은 소아암 단체나 가발제작업체 하이모에서 모발기증을 받고 있어요. 관심 있으신 분들은 검색해보시면 쉽게 내용을 찾으실 수 있을 거에요:) )

 

또 쑥쑥 길러서~ 나중에 아이 키울 때 쯤 되면 긴 머리가 귀찮을테니, 한 번 더 기증해보아야 겠어요.

그 땐 남편님이 아무 말 못하게 좀 더 기른 다음에 잘라서 어깨 정도론 남겨놔야지 헤헤^ㅁ^;;

 


(덧붙임)

추석때 가족끼리 나들이 다녀왔어요.

의외로 단발도 괜찮네요. 옷만 잘 차려입으면...;_; 잘못 입으면 몽실이(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