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은 거창하지만 사실은 "나는 누구인가"가 아니라
"나는 누구의 팬인가"라는 글을 써 보고 싶었어요.
클도단의 많은 분들은 저를 제르팬으로 보시는 것 같습니다. 제르리나가 마이너인 카페 안에서 제르리나를 지지하고 있으니 그리 보이려나요? 이번 온리전 때에도 제르 족자봉을 그리기도 했고요. 근데 가우리 등신대도 그렸는데요, 왜 가우리 팬이냐고는 아무도 말씀 안하십니까.
굳이 커플링을 쓴다면 가우리나 혹은 제르리나를 많이 쓰는 편이니까, 그리고 가우리나를 써도 베이스엔 제르리나가 깔려있으니까. 그렇게 보이기도 하겠다 싶긴 해요. 가끔 제로리나도 쓰지만 '가을비' 이외에는 이루어지지 않는 제로스의 일방통행. 이것도 2005년에 쓴 글이니까요 뭐.
음, 제르팬인라는 것을 부정하지는 않겠습니다. 그래도 리나가 더 좋은데요, 그렇게는 안보이나보네요 쩝.
린젤에서 주로 활동을 한 것도 그건 그 곳의 분위기나 사람들, 올라오는 작품들이 좋아서 그런 것이지, 딱히 제르리나 커플링이 좋아서만은 아니었거든요. 사실 린젤에도 제르리나가 아닌 글들이 많이 올라오기도 했고요.
그냥 "작품을 전체적으로 좋아한다"라고 하면 대답이 시원찮을까요? 그치만 정말인데~.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것은 얼마전 트위터에서 사○러님이 "웨이 님이 좋아하는 슬레캐릭터는 누구인가요?"라는 질문을 던졌을 때부터 시작된 것 같아요. 사실 누구를 제일 좋아하냐는 것은 저로서는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이에요. 슬레이어즈 이외의 다른 작품들도 많이 좋아하지만 그 작품 자체를 좋아할 뿐 특정 캐릭터를 좋아하는 그런 편이 아니어서요. 따지고 보면 제르가디스 그 자체는 엄청나게 좋아하는 것은 아니에요. 그 옆에 리나가 있을 때, 그리고 가우리와 제로스가 있을 때. 그러한 반응들을 좋아하는 것이니까.
저는 모두가 함께 있는― 즉 '작품'을 제일 좋아하구요. 그래도 굳이 한 명을 꼽자면 리나가 부동의 1순위이고, 2순위는 10여년 째 제르가디스였는데 올해 초 정도부터 가우리가 치고 올라오고 있어요. 제르는 연애대상, 가우리는 남편감이랄까(웃음).
결국 가우리와 맺어진 리나조차도 마음 한 켠에서는 제르를 그리고 있다― 가 제가 그리는 커플상입니다♡ 제로스는 그 옆에서 홀로 리나바라기. 자세한 것은 개인지 「처음과 같이, 이제와 항상 영원히」를 읽어보세……(퍽).
엊그제 단편모음 '폭풍전夜'가 린젤에 업데이트 되었습니다.
린젤은 벌써 12년째 활동하고 있는 곳인데도 그 곳에 글이나 그림이 업데이트될 때면 두근두근하네요. 말 그대로 '공개'이기 때문일까? 사실 카페나 블로그에 올린 글과 그림들은 마음만 먹으면 삭제하기도 하고 수정도 하잖아요. 린젤은 그걸 일일이 부탁드려야 하니까 특별히 실수한 부분을 수정하는 게 아니면 그럴 일이 없게 됩니다. 삭제는 리뉴얼 아니면 안해주시기도 하긔. 즉 올리면 땡.
……책을 찍어낸 프로같은 기분이려나.(담배)
이미 내 손을 떠났다는 것은 굉장히 묵직한 느낌을 줘요. 그만큼 한 번 퇴고할 것 두 번, 세 번 퇴고하게 되고 그만큼 더 신경을 쓰게 됩니다. 이런 말 하면 카페분들이 기분 상해하실 지 모르겠지만, 카페에 올리는 글이나 그림보다도 더 신경이 쓰이는 것은 어쩔 수가 없네요. 마음에 들지 않아도 수정이나 삭제를 할 수 없으니, 그럼 몇 년이 지나도 마음에 들 만한 것을 만들어 올릴 수밖에 없거든요.
린젤에 업을 요청할 때에는 개인지를 낼 때에 정돈하는 것보다는 덜하지만 그에 준하는 마음가짐을 다잡게 되는 것 같아요. 대신 카페에서는 가벼운 마음으로 온갖 드립을 치니까 즐거운 맛이 있구요(웃음).
아, 또 샜다. 요점은, "나는 누구의 팬인가"라는 부분인데요. 이 글을 쓰게 된 계기가 린젤의 업데이트이거든요. 정확히는 린젤의 마스터이신 유진 님께서 폭풍전야 두 편에 대해 간단한 코멘트를 달아주시면서 마지막에 "역시 제로스팬 다우십니다^_<"라고 적어주신 것.
예전부터 유진 님은 저를 보고 '제로스 팬'이라고 하셨는데, 에에…… 딱히 제로리나를 지지하는 편은 아닌지라 이 부분은 사실 동의하진 못하겠어요. 캐릭터 개인으로 쳐도 제로스는 제르나 가우리에 밀려 4순위 정도 되구요. 저를 '제르팬'이라고 하는 분들을 보면 "아, 그럴수도 있겠구나" 싶은 마음이 드는데 '제로스팬'은 살짝 "읭?"하는 느낌이 들기도 해요.
제르 '추종자'라 할 만한 분들이 많은 린젤의 안에서 10여년 째 제르빠처럼 굴지 않았고 가끔은 제로스 글도 올렸으니, 유진님께는 제가 제로스팬인 것으로 보였을라나요. 실제로는 리나 중심의 4각관계를 좋아하는데:9 ……그런데 린젤엔 그런 글을 안 올렸네요(아하!).
혹시나 해서 뒤져보니 린젤에 올린 여러 글들 중 커플링으로 다룬 것은 제로리나 세 편에 제르리나가 네 편. ……어라 적다, 가 아니라, 비등비등하네요. 그럼 나머진 다 뭐야?! 게다가 가장 최근에 올린 '저주받은 나라 이외의 글'은 명백한 제로리나……, '가을비'.
그렇군요. 그런 거였군요. 그리고 린젤에 입성하자 마자 제로리나 두 편을 연속으로 주르륵……. 그때부터 굳어지신 것일라나. '가을비' 올리기 전에도 저에 대해서는 제로스 팬이라 말씀하셨거든요. 하긴 린젤에 입성할 때가 고1. 어린 분들이 슬레이어즈에 빠질 때 대부분 제로리나를 거쳐오듯 저도 그랬던 터라…… 초반에는 처음보는 실눈의 신비주의 킹왕짱 쎈 캐릭터에 빠졌었거든요(긁적). 그렇구나. 음. 그렇게 보일 수도 있겠구나.
……그래도 외쳐보렵니다.
저는 작품이 좋아요~ 리나가 좋아요~!!
(덧붙임)
제가 칭얼대자 이후 유진님의 말씀.
"특히 제로스 부분에서 (첫 정이라 그런지) 뿌리깊은 애정이 아주 묵직하게 감지되는데...그 무게에 비견될 만한 부분은 리나 파트 정도일까...?"
...어라. 그럴 지도요. .......생각해보니 그 말씀이 딱 맞는 것 같네요. 애정을 떠나 캐릭터에의 해석이랄까, "이 캐릭터는 이런 성격이다"라는 저의 분석이 제로스와 리나는 거진 완료, 제르는 현재 진행중인지라ㅇ<-<
역시 예리하십니다!!;